<비로봉에서>한국당 ‘민심난독증’···화 키웠다
<비로봉에서>한국당 ‘민심난독증’···화 키웠다
  • 심규정
  • 승인 2018.06.18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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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당분간 암흑기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로부터 받아든 초라한 성적표는 거의 낙제수준으로 봐도 무방하다. 시민들이 매서운 회초리를 들이 댄 것이다. 쓰라린 상처가 아물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듯 싶다. 지역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반신불수(半身不隨)정당으로 전락하지 않았냐”며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한국당의 이런 참패는 선거전부터 어느정도 예견됐다. 물론 남북, 북미관계 해빙무드, 이로 인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치러진 선거이므로 불가항력적인 측면도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말에 과연 동의할 시민들이 얼마나 될까. 도의원 10명의 지역 당선자(비례대표 포함) 가운데 한국당 소속은 비례대표 1명에 불과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6명의 지역구 시의원 당선자 가운데 5명이 꼴찌로 간신히 당선됐다는 사실이다. 로또기호로 불리는 ‘기호 2-가’를 받은 후보 2명 마저 낙선한 것은 성난 민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왜 이런 참패를 가져왔을까. ‘오만방자 했기 때문이다. 한국당의 일그러진 정치행태를 살펴보자. 공천과정에서 특정후보 사전내정설, 사천논란 등으로 집안싸움으로 비춰져 시민들로부터 “아직도 정신 못차렸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지방선거 분위기가 불리한 상황에서 철옹성을 구축해도 모자랄 판에 사상누락 같은 당의 모습에 “이제 기대할게 없다”는 자포자기성 비판이 나왔다. 20대 총선 이후 야성은 오간데 없고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 ‘웰빙정당의 DNA’를 그대로 답습해 중증의 ‘민심 난독증(難讀症, dyslexia)’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시·도의원들은 소신과 철학은 집안 장롱속에 처박아 두고 특정 정치인의 오더(order)에 의해 이리저리 끌려다닌 모습은 자존감 실종을 넘어 시민에게 기만정치로 해석됐다. ‘한국당=리모콘 정당’이란 불명예스런 주홍글씨를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발전소 반대에 올인한 것은 크나 큰 패착이다. 한국당은 지난 총선부터 이번 지방선거까지 선거프레임을 SRF열병합발전소 찬반 진영논리로 내세우고 불퇴전의 의지까지 드러내며 올인했다. 닭(화훼단지)보다 달걀(발전소)이 먼저인 것을 문제삼았지만, 시민들은 “그럼 당신들의 고민하는 미래먹거리는 뭐냐”는 폐부를 찌르는 질문이 돌아왔다. 수많은 발전소 반대 기자회견을 했지만, 그들은 눈에는 발전소라는 나무만 보일뿐 미래먹거리라는 숲은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 견제와 감시라는 기본역할보다는 시정 발목만 잡아 ‘태클의 달인’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하는 우를 범했다. 이런 상황에서 ‘반대를 위한 반대의 고질’은 불치병처럼 인식돼 왔다. 이명박, 박근혜 9년 동안 집권여당이란 권력의 꿀맛에 취해 시민의 눈높이 보다는 자신들의 눈높이에 따라 정치력을 발휘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런 일련의 과정속에서 민심은 서서히 이반됐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30%대의 콘크리트 지지층 +α알파가 있지 않냐”며 애써 자위하는 모습에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한국당이 말하는 콘크리트 지지층 가운데 결국 샤이보수들 마저 등을 돌려 화를 자초했다. 디지털시대,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았지만, 한국당은 여전히 케케묵은 아날로스시대 마인드에 젖어 참패를 불러왔다. 자승자박(自繩自縛),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으로 당의 존립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이번 지방선거를 전면에서 진두지휘한 김기선 국회의원, 원강수 원주을당협위원장의 입지가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참패로 리더쉽에 커다란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벌써부터 책임론이 나오고 있어 당분간 공황상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은 야당다운 야당의 모습을 보고 싶다. 지역정치가 건강하고 생산적이 되기 위해서는 야당이 바로서야 한다. 보수가 죽어서는 안된다. 한국당은 우선 시민들에게 진정성 있는 반성부터 해야 한다. 그리고 크게 부숴야 크게 세울 수 있다는 대파대립(大破大立)의 자세로 뼛속까지 바꾸는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 이런 각오가 없다면 모든 게 도로아미타불이 될 수밖에 없다.

△ 심규정<원주신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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