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칼럼> 섬강은 인문학의 보고
<김대중 칼럼> 섬강은 인문학의 보고
  • 김대중
  • 승인 2018.12.10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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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언론인>

지난 4일 오후3시. 원주치악예술관 전시실에선 좀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섬강따라 흐르는 노래> 출판기념회. (재)원주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책이 출간되고 출판기념회까지 마련된 이날 행사에는 몇가지 의미가 있다. 중천철학도서관에서 한시를 공부한 중장년들이 지은 한시집이다. 섬강을 따라 역사와 자연풍광을 소재로 한 순수 창작 한시집이다. 새로운 분야의 한시 공부에 대한 도전이 존경스럽다. 거기에 시집까지 낸 열정에 경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문화재단의 뜨거운 관심과 세심한 배려에도 박수를 보낸다.

섬강 줄기 곳곳을 하나하나 찾아서 느낀 것을 토대로 내 놓은 창작 한시집은 당연히 처음이다. 아니 그동안 어떤 방식으로든 섬강의 가치를 조명해 준 자체가 아마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섬강의 가치를 인문학적으로 접근했다는데 의미가 크다. 무위당은 치악산을 어머니라 했다. 그래서 모월산으로 불렀다. 섬강은 원주의 젖줄이다. 발원은 횡성 태기산 자락이지만 원주의 성장에 절대적 자양분을 공급했다. 그 섬강은 원주의 역사다. 원주 사람들의 삶이다. 한반도에 사람이 살아 온 이래 섬강은 그랬다. 수렵 채집 시대엔 물고기 같은 먹을 것을 제공했다. 농경사회때는 곡식을 키워줬다. 그리고 고려시대부터는 중요한 길이 됐다. 사람을 날라 주고 온갖 물자를 이동시켜 주는 아주 귀한 물길이 됐다. 세계4대 문명을 키운 그런 거대한 강만 문명을 키운 것이 아니다. 섬강도 원주라는 도시의 문명을 키워 주었다. 신작로 시대, 철도시대를 거치며 그 역할이 사라졌지만 역사는 그대로다. 우리의 선조들이 살았던 삶의 흔적이 그대로 녹아 있다. 우리가 모르를 뿐이다.

남한강과 합류하는 부론에서부터 문막, 지정, 호저 소초에 이르는 섬강 줄기엔 역사 문화 자원들이 넘쳐 난다 . 법천사 거돈사 흥법사 폐사지와 충담스님, 지종스님, 해린스님, 그리고 그 제자들. 다시 많은 시간이 흘러 유방선과 조선을 움직였던 제자들. 이름만 남아 있는 흥원창, 나룻배와 뗏목, 인목대비와 김제남 신도비, 황장목 등 일일이 나열하기 어렵다. 어디에 내놔도 눈곱만큼도 꿀리지 않을 역사와 문화다. 가치를 매기기도 어렵다.

그 유명한 대영박물관에 대해 사람들은 이렇게 혹평한다. “영국 것은 건물과 수위 밖에 없다”. 제국주의 시대에 약소국가들로부터 약탈한 세계적인 유물 9백여만점을 소장하고 있는 세계3대 박물관의 민낯이다. 욕을 먹으면서도 제국주의 시대에 약탈해간 유물을 내놓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매년 수 천 만명이 영국을 찾는 이유 중의 하나다. 역사 문화적 예술적 가치가 워낙 커 국부를 살찌우는 자산인데 내놓을 수가 없는 것이다. 대영박물관은 대영장물박물관이다. 제자리로 돌아갈 날이 올 것이다.

섬강은 보물이다. 천년 넘는 세월 동안 켜켜이 쌓인 섬강 이야기를 찾다 보면 어느새 힐링이 된다. 가슴을 울리는 노래 한 소절 못지 않다. 흥원창에서부터 횡성에 이르는 굽이굽이 물길에 구구절절이 녹아 있는 이야기들은 모두 귀한 자산이다. 그런데 그 역사와 삶의 흔적들이 희미해져가고 있다. 이제라도 꼼꼼히 조명되고 알려야 한다. 섬강은 미래의 자산이고 원주의 에너지 원이다. 섬강은 인문학의 보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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